마음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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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주식으로 큰돈을 잃은 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주식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사방에서 주식 이야기를 하고 매체에서도 지금 투자를 하지 않으면 영원히 다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식의 말을 듣다 보니 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투자한다는 유명한 주식에 자산의 상당수를 넣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모아 놓은 돈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후로 하루 종일 힘이 없고 회사에 가도 멍하니 있습니다. 유일하게 하는 생각은 딱 하나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 걸.’
A : 지금은 자산 복구 아닌 자신 회복 필요… 당분간 계좌 알림 끄기를
▶▶ 솔루션
아무것도 하지 말 걸 그랬다는 것은 결과를 알고 나서야 하는 생각입니다. 어떤 일이 실패했을 때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생각은 자책, 후회도 있겠고 분노도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힘든 것은 ‘내가 한 노력이 오히려 상황을 나쁘게 만들었다’는 생각입니다. 가만히만 있어도 지금보다 나았겠다는 생각이 과거의 나를 순식간에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듭니다.
우리의 뇌는 같은 크기라도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을 훨씬 크게 느낍니다. 행동경제학에서 ‘손실회피’라고 부르는 현상이지요. 일어나지 않은 과거를 자꾸 상상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잃은 돈 위에 ‘잃지 않았을 나’와의 비교가 한 겹 더 얹힙니다. 손실은 한 번이었지만 고통은 하루에도 수십 번 되풀이됩니다.
그러나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판단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결과를 다 알고 난 지금에서야 내릴 수 있는 판단이라는 점입니다. 내가 결정을 한 시점과 내가 그 결과를 알고 이에 대해 평가한 시점은 명백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든 걸 다 알았던 것처럼 과거의 어리석음을 비난합니다. 답을 알고 보면 틀린 문제는 모두 어리석어 보입니다. 하지만 시험을 치르던 그 순간의 내게는 답안지가 없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여기서 한 번 더 불행한 선택을 내리지 말 것’입니다. 종종 손실을 빨리 메우려고 남은 돈을 섣불리 투자하거나, 하루에도 수십 번 계좌를 열어 보느라 현재에서 중요한 순간을 놓치곤 합니다. 잃은 돈을 되찾으려는 조급함이 손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투자를 서두르게 했던 불안이 이번에는 만회를 서두르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산에 대한 회복 시도보다 자신에 대한 회복 시도입니다. 의욕이 나지 않겠지만 결정과 결과를 분리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그때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그 범위 안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그것만 챙기고 생각을 멈춰야 합니다. 당분간 계좌 알림을 끄고, 큰돈이 걸린 결정은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미뤄야 합니다. 의욕이 없더라도 출근하고 끼니를 챙기는 일상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잔고는 반이 됐지만 사연자분의 삶이 반이 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시험지는 이미 제출됐고, 앞으로 풀 문제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권순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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