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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같은 부모가 좋은 부모일까'
작성자 : 의사회  |  2010-05-18 17:41:38
'친구같은 부모’가 좋은 부모일까?| 서천석의 행복한 육아

서천석 | 조회수 8108 | 덧글 2 | 2010.05.17

 


 


 
아이에게 좋은 부모란 어떤 부모일까? 정답은 없다. 정답이 있다고 해도 지키기도 쉽지 않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좋은 인간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과라기보다는 하나의 과정이다. 차라리 좋지 않은 부모가 어떤 부모인지 이야기하는 편이 쉽다.
 
흔히 좋은 부모의 상으로 ‘친구같은 부모’를 이야기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부모들은 대개는 성정이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종종 그렇듯이 이 경우에도 의도와 결과가 어긋날 수 있다. ‘친구같은 부모’가 되고 싶은 부모들은 아마 친구처럼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친구같은 부모’가 되려다 ‘친구처럼 대놓고 싸우는’ 부모-자녀 관계가 될 수 있다.
 
한 아이 이야기를 해보자. 유치원을 다닐 무렵만 해도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는 없었다. 엄마는 남들과는 달리 뭘 해내라는 압박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늘 밝고 부모를 잘 따랐다. 상황이 변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말이었다. 부모의 작은 요구에도 아이는 일단 거부하는 모습이었다. 엄마가 결정하지 않고 자기가 하겠다고 했다. 언제나 그렇듯 엄마는 아이에게 결정을 미뤘는데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아이는 책임을 지지 않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엄마의 몫이었다. 결국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잔소리에 아이는 짜증으로 반응하였다. 아이와 엄마의 즐거운 시간은 시간과 함께 증발하였고 엄마는 무의식적으로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을 피하게 되었다. 싸우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러나 망가진 일상은 부모에게 위협, 벌, 급기야는 매까지 들도록 만들었고, 이러한 압박이 문제 해결에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진 후 아이는 진료실을 찾았다.
 
엄마는 도대체 어디에서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속상해왔다. 맞다. 그 엄마는 좋은 사람이다. 아이를 존중했고, 아이에게 나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꼭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엄마는 아이를 존중한 결과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아이에게 대부분의 결정권을 넘기면서 스스로 자율적으로 아이를 키운다고 착각하였다. 친구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못해 정말로 자신을 아이의 친구로 착각하였다. 초등학교에 가서는 아이가 숙제를 안 한다고 해도 듣기 좋게 설득을 하다 안 되면 자기 생각이 그런데 어떡하겠느냐며 포기하였다. 아이가 정리하지 않은 장난감을 치우고, 대충 벗어놓고 나간 옷을 정리하였다. 아이가 안 하니 아쉬운 자신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엄마의 이야기다. 이쯤 되면 친구가 아니라 하인인데 여전히 자신을 아이의 친구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작은 성인이 아니다. 이 부분은 ‘에밀’을 쓴 루소가 완전히 틀린 부분이다. 아이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아이가 온전한 인간이기 때문은 아니다. 존중을 받아야 온전한 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어른조차 온전한 인간이 아닌데 어찌 아이가 온전한 인간이겠는가? 어린 아이들은 온전하지 않기에 부모에게 모든 면에서 의존하고 있다. 기본적인 생존에서부터 정서, 심리적인 부분까지 의존한다. 부모가 할 일은 이러한 아이의 의존성을 책임감 있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의존을 기꺼이 받아들여 책임지되 남용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부모는 아이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르쳐야 한다. 아이의 의존성에 기대어 아이를 교육해야 한다. 대개의 아이들은 올바른 일을 실천하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원하는 일을 실천한다. 아이가 부모를 좋아하면 부모가 원하는 일을 실천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가치에 대한 교육일수록 어린 시절부터 일관되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가르침은 말이 아닌 일상에서 꾸준하게 함께 실천할 때 잘 배울 수 있다. 물론 부모를 좋아한다고 해도 부모가 원하는 일이 보편적 인간의 성정에 심하게 어긋난다면 아이의 마음에는 모순과 갈등이 생긴다. 그리고 그 갈등은 부모와의 애착에 손상을 준다.
 
아이를 자율적으로 키운다는 것은 아이에게 결정을 미루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고민할 시간을 주어서 생각할 힘을 키우는 것이다. 또한 그 시간 동안 나이와 함께 무뎌져 버린 감수성을 되살려 아이의 주파수에 튜닝하는 것이다. 아이의 주파수에 튜닝을 잘 할수록 아이와 더 깊은 애착을 형성할 수 있고 깊은 애착은 아이가 부모를 더 잘 따르도록 만들어 준다.
 
부모로서 아이를 책임지는 시간에는 일차적인 애착 대상이 부모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차적 애착 대상의 위치를 친구와 TV 스타에 빼앗기면 안 된다. 아이에게 돈과 시간을 들이는 상황에서 아이가 부모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살아가면 부모는 공황상태에 빠진다. 치사해 보이지만 본전 생각이 나고 화가 난다. 물론 화를 내 봐야 얻을 것은 없다. 오히려 애착을 훼손시켜서 상황만 악화시킨다. 이쯤 되면 아주 기초적인 애착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 시간을 들이고 부모의 다양한 힘을 통해 아이가 부모에게 의존하도록 하고, 그를 통해 애착을 만들어가야 한다. 아이는 부모가 책임지는 것이다. 성숙한 부모라면 아이의 의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성숙시키면서 아이를 기꺼이 책임지는 것. 그것이 부모의 길이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행복한아이연구소장

 

출처: http://babytree.hani.co.kr/archives/2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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