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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당신에게
작성자 : 관리자  |  2015-11-16 00:11:19

우울증은 매우 흔한 질환입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우울한 사람들은 아마 50%가 넘을 것 같고요,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도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10- 15% 전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두집에 한명은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우울한 사라들이 있다고 봐야 하네요. 더 와닿게 말씀드리자면, 우리집이나 옆집 식구들 중에 한 사람은 치료가 필요한 정도로 우울하다는 얘기입니다.

 

우울증상에 대해서는 다들 많이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외래에 오시는 분들도 인터넷에서 우울증검사 척도 한번씩은 다들 해보시고 오시니까요.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우울증상과 내 인격은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우울증은 기분만 우울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몸에 다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1) 기분

당연히 우울하겠지요. 그런데 사람마다 표현은 조금씩 다릅니다. 예전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할 때,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는 걸 100가지 써라는 숙제를 내 드렸더니 어떤 고지식한 분이 실제로 100개를 채워 오신 분이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써오신 내용도 있고 해서 우울한 마음의 표현은 사람마다 다르고, 한 사람이라도 우울한 이유, 처한 상황, 상태의 정도 등에 따라 다 달라집니다. 

 

때로는 가면쓴 우울증이라고 해서 자신은 우울한 기분이라는 걸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2) 신체증상

생리적 현상을 조절하는 뇌에 이상이 와서 쉽게 말하면 먹는 것, 자는 것, 성욕, 에너지가 보통 감소합니다. 사실 우울한 분이 병원에 오는 이유가 기분 보다는 신체 증상 때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우울한 기분은 참겠는데, 잠 못자는 건 못 참아서 병원에 오시기도 하고 잠만 잘 자도 고맙다고 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드물게 너무 많이 자거나 많이 먹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폭식을 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우울증상 자체라기 보다는 다른 심리적인 이유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신체증상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일을 잘 못하게 되고 그러면 실제로 문제가 생겨서 더 우울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무한 반복합니다. 

 

3) 생각, 사고

 

생각은 주로 부정적으로 치우치게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인지치료를 처음 창시한 인물인 아론 벡은 우울증의 인지적 특성이 '자신, 미래, 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을 비하하고, 앞날은 비관적으로 보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소외감이나 서운한 감정을 많이 느낍니다. 모든 것이 소용없다는 허무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가장 심각한 문제인 '자살에 대한 생각'고 듭니다. 

 

생각의 내용 뿐 아니라 생각하는 기능에도 문제가 생겨서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져서 적응을 잘 못하고, 더 비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4) 대인관계 

 

대인관계를 우울증의 원인으로 보고, 이런 관점에서 치료를 하는 학파가 있을 정도로 우울증은 대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대개 초반에는 갈등이 생기다가 나중에는 고립이 됩니다. 

자기는 기분이 우울한데 즐거운 자리에 가서 아닌 척하려니 힘들기도 하고 '내가 뭐하고 있나?'하는 마음이 들어서 차츰 사람들 만나는 자리를 피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자기만 모르는 얘기도 늘어나게 되고 다른 우울증상들 때문에 점차 만나는 사람도 없어지고요. 

 

 

이런 증상들이 있기 때문에 우울증은 사람을 매우 힘들게 합니다. 가진 것을 잃게 합니다. 그런데 증상 중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치료에도 영향을 주어서 치료를 받는 것도 어렵게 합니다. 이런 점에서 불안장애 환자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공황발작이 너무 힘들어서 자발적으로 응급실에까지 가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심각한 문제가 생길 때까지 병원에 찾아가지도 않아서 우울증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키워 오게 되지요. 

 

 

이제 다시 우울증상과 인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렇게 길게 얘기한 우울증상은 그 사람에게 오랫동안 존재했고,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그 사람의 특성(기질이나 성격 같이 잘 변화되지 않은 특성trait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아니라 치료를 받으면 없어지거나 최소한 많이 줄어들 수 있는 증상(특수한 상황에서 비교적 짧게, 특성하고 비교하면 아주 단기적으로만 존재하는 상태state라는 의미입니다. )  이라는 점입니다. 

 

기운이나 의욕이 없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기억도 잘 못하고, 예전에 했던 일도 잘 못하고, 사람들 앞에 설 자신도 없어서 스스로 못나 보여서 비관하는 이 모든 것이 치료를 적절하게 받으면 사라질 수 있는 증상이라는 거지요. 지금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그게 내 진짜 모습이 아니라, 약을 복용하거나 면담을 잘 하면, 때로는 생활 속에서 나름대로의 방법을 잘 찾으면 없어질 수 있는 증상일 뿐이라는 말이지요. 

 

이런 점에서 보면 오래 방치된 우울증은 치료가 더 힘듭니다. 자기가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비유를 들자면 오래지 않은 우울증은 터지지 않은 계란 노른자라서 잘 들어내면 됩니다. 그러나 오래된 우울증은 이미 터져버린 계란 노른자라서 큰 덩어리는 덜어내도 여기저기 뭍어 있게 됩니다. 잘 지워지지 않지요. 

 

어린 시절에 상처를 받거나 환경적으로 힘든 분들은 내가 맘 먹고 잘 지내기에는 삶이 너무 힘들어서 우울한게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입니다. 의사의 진료실에 그 분들의 우울증을 담아놓기에는 너무 커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그 우울에 압도되어버리면 그 사람을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치료하는 의사나 환자나 맘을 독하게 먹어야 삶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졌던 경험을 많이 합니다. 

 

20년 동안 의사생활을 하면서 감정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감정이란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되라고 우리 마음의 깊은 곳 혹은 몸이 보내주는 신호(sign) 입니다. 불안은 우리가 위험에 대비하게 해서 생존의 가능성을 높여주었지요. 그럼 우울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사실 부정적이기만 해 보이는 우울이 우리의 존재와 생존에 순기능을 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처럼 쉽게 답이 떠오르진 않더군요. 그래도 오랜 고민 끝에 찾은 답이라면, 

 

 " 지금처럼 사는 건 뭔가 아닌 것 같아. 좀 달리 살아봐"라는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죽고 싶다는 말도,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라는 말도 해석해서 듣고요.  

 

  그저 2%만 달리 살아보도록 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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