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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약물과 중독
작성자 : 이종호  |  2015-11-08 21:34:51

정신건강의학과의사는 다른 과 의사들이 겪지 않는 문제를 안고 진료를 합니다. 그것이 뭐냐면, 약물에 대한 거부감입니다. 거부감도 보통 거부감이 아니라 공포증에 가까운 거부감입니다. 

 

약믈 복용을 처음부터 원치 않는 분, 

조금이라도 불편한 느낌이 나타나면 약물과 연관지어 생각하시는 분, 

반대로 좋은 반응이 나타나도 약물로 좋아졌기 때문에 찜찜해 하시는 분, 

약물은 어찌됐든 오래 복용하면 안 좋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빨리 끊기 위해서 조절하시다가 증상이 나빠지시는 분, 

약물은 인공적이기 때문에 즉 생약 성분이 아니기 때문에 좋더라도 부자연스럽다는 분, 

약물은 내 정신력이나 인격으로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초래한 게 아니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

심지어 술을 먹고 자더라도 수면제 같은 '중독성 강한 마약'은 먹지 않겠다는 분...

 

편하게 약물에 대해서 의논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적절하게 약물 복용을 하고 줄이고 끊는 과정을 거치는 분들은 대략 30%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저 자신도 의대학생 시절에 폐쇄병동이 처음 들어갈 때 막연한 공포감을 느꼈고, 레지던트를 시작한 첫날 클로자핀이라는 좀 센 약물을 복용하고 교과서에 나오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이런 마음들이 다 공감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편견에 찬 거부감 때문에 치료가 잘 안되거나 약물을 끊지도 못하고 증상이 제대로 치유도 안된 채 어정쩡하게 치료를 받는 분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약물은 사실 부작용이 있습니다. 사실 약 자체는 여러가지 작용이 있는데 우리가 원하는 작용은 효과라고 하고, 원치 않는 작용은 부작용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약물이 하나의  작용만 있는 건 오히려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점점 증상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고 원치 않는 부작용은 별로 없는 약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정신건강의학과에 발을 디딘 1990년 대 초반 해도 조현병(당시에는 정신분열병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용어를 썼습니다.) 치료제는 너무 졸리고, 잠이 많이 오고, 입이 마르고, 변비가 심한(항콜린성 부작용) 약물이나, 근육이 뻣뻣하게 굳거나 안절부절하게 만드는 작용이 심각한 (추체외로 부작용) 약물 두가지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수많은 약물이 개발되어 이런 부작용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서 약물 복용을 하면 너무 졸리거나 로보트처럼 굳어버리는 현상은 잘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리고 약물을 오래 드시는 분들은 의사와 잘 협조해서 약물을 조절하면 의존현상은 심하지 않습니다. 정신과의사들 속설에 오늘 온 10명의 환자는 3개월 후에는 1,2명 밖에 남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의존과는 반대되는 현상이 더 흔히 일어납니다. 간혹 약물 복용을 오래 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그 경우에도 중독이 되어서가 아니라 현실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약물이 필요해서 복용을 하게 됩니다. 중독이라고 흔히 얘기하는 약물 의존은 내성과 금단현상의 2가지 현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약물을 오래 복용한다고 해도 내성이 생겨서 점점 증량하는 경우는 없다고 할 수 있고, 약물 복용을 중단한 이후에 힘들어지는 분들의 경우에도 모든 게 다 좋아졌는데도 약물을 계속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스트레를 받아서 약을 끊기 힘들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부간의 갈등이 심하든가, 배우자와 사이가 안 좋은 경우, 회사에서 계속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등 외적인 조건이 힘들기 때문에 약물 복용을 하는 것입니다.

 

약물 복용을 계속하게 되는 또 다른 인구층이 노인분들입니다. 자녀들은 결혼해서 다 떠나고 배우자도 없거나 건강이 나쁩니다. 본인도 관절이 안 좋거나 심장에 무리가 가면 안되기 때문에 운동도 못합니다. 여기에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면 생활 환경도 열악해집니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불안해지는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약물조차도 거부감 때문에 복용을 할 수 없다면 그분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적인 생활 환경이 개선되고, 적절한 활동을 하면 더 좋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약물은 한박자 늦게 조절하는게 제일 빨리 조절하는 길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급한 마음에 "나는 약이 없으면 안돼!!!"라는 생각을 불안중추에 각인시키게 되면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약을 손에서 떼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먹는 전두엽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불안중추인 편도체에는 직접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정신력으로는 약물 조절이 힘든 이유입니다. 순풍에 돛단듯 자연스럽게 증상이 조절되고, 마음의 준비도 하고, 몸도 적응되면서 약물을 조절하면 더 빨리 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항해를 같이 하는 사람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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