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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작성자 : 이종호  |  2015-11-02 01:10:52

예전에 이런 제목의 영화가 있었지요.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이 코너의 첫번째 글이라서 딱딱한 글보다는 가벼운 느낌의 글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수식은 행복에 대한 수식입니다. 행복을 수식으로 표현한다는게 좀 무리스러운 면도 있겠지만 정신분석을 처음으로 도입한 프로이트도 물리학 용어인 역동, 저항 등의 구체화된 용어로 가장 추상적인데다 실체도 잘 파악되지 않는 무의식을 설명했으니, 한번 도전해볼만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행복의 수식을,  

 

  행복  = 성취/ 기대

 

라는 간단한 식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진료 시에나 교육할 때 얘기를 해주면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성취하는 게 많으면 만족스러워서 더 행복해질 수 있지만, 기대치가 크면 성취의 양이 커도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 성취는 더 잘 할 수 있는 게 어느 정도 한도가 있는데 비해서 기대치는 자기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서 그 규모가 훨씬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잘 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적절한 기대치를 갖도록 마음을 다스리는게 훨씬 더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이더군요. 

  

 그런데 우리나사람들처럼 오지랍이 넓은 사람들도 없더군요. 그게 친구든, 가족이든, 이웃이든 다들 참견도 하고 서로 비교도 많이 하네요. 그래서 이 식은 조금 변형이 가해졌습니다.

 

    행복 = 성취 / (기대 x 비교)

 

 성취하려고 노력하고, 기대치를 적절히 조절해서 자기에 대해서 만족해도, 남과의 비교라는 잣대를 들이밀기 시작하면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더군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사는 우리의 문화적인 특성상 자유롭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좋은 점은 그 성공의 결과를 많이 누리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성공한 사람들은 남과의 비교를 덜 당하고, 스스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장점일 듯 합니다. 좋은 집, 좋은 차 같은 것들도 욕망할 때는 좋지만, 일상이 되면 만족감이 떨어지게 되어있으니까요.

 

 

  여기까지해서 행복해지려면, 경제적으로도 풍족하고, 자기계발도 많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서구의 자살율이 높은 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아무리 성공을 해도 혼자 외로우면 그 사람도 행복하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수십억대 재산을 물려 받아도 형제들이 다들 원수가 되어서 법정에서나 만나보게 된다면 행복하지는 않겠지요.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관계입니다.

 

   행복 = (성취 x 관계) / (기대 x  비교)

 

  그런데 요즘엔 어느 집을 봐도 사이가 좋은 집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생각해보면, 세계에서 제일 못 사는 나라에 태어나서 자란 부모세대들과 대략 세계 10위권의 위상을 가진 나라에서 태어나서 자란 자식들이 말이 통하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습니다. 부모와 자식 만 이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20대 여성의 고민을 듣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알던 남자사람친구(라고 요즘은 말하네요)가 있는데, 사귀어볼까 고민을 한답니다. 마음에 든다기에 왜 사귀기 않으냐고 했더니 친구면 오래가는데 연인이 되면 언제 헤어질 지 모르니까 괜히 친구만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라고 하네요. 맘껏 사랑해서 서로 없어서는 못살 것 같은 청춘남녀들도 언제 헤어질 지 모르는 관계라고 하니 안정감 있는 관계가 쉽지 않아 보이네요. 친구라고 해도 예전같이 의리 찾다가는 스펙이 안 쌓이니 신뢰할 수 있고 힘이 되는  좋은 관계를 만들기가 참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다른 게 잘 되어도 관계가 잘 안풀리면 행복해지기 힘들겠지요? 

 

 

  여기까지도 도달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이게 전부는 아니더군요.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들도 썩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인 경우도 많이 관찰하게 됩니다. 위의 내용들이 포함되기도 하고 막연하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의미부여'라는 게 마지막에 다가오더군요. 

 

   행복 = (성취 x 관계 x 의미부여) / (기대 x 비교)

 

   여기서 의미부여는 종교일 때도 있고, 간단한 취미, 때로는 기르는 동물일 때도 있었습니다. 아무런 목적도 없고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어 보이는 동네의 허름한 식당도 누군가의 삶에서 중요하고 자식들이 그만해도 먹고 살지 않냐고 해도 아픈 허리 두들겨 가며 하게 만드는 의미부여가 되는 사람들은 더 행복해 보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너 왜 사냐?'라는 식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을 때 뭔가 나오는 사람들은 아닌 사람들과 달랐습니다. 때로는 의미부여하는 게 달라서, 비슷한 사람들이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데 각자가 다 나름대로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걸 보고 신기해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있으면 뭐가 다를까요? 답이 있는 것도, 제가 제일 좋은 대답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제가 만나본 분들을 보고 느낀 점은 우선 의미부여가 안된 사람들은 뭔가 허전해 합니다. 다 있는 것 같은데 허전하고, 그런데 또 그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러네요. 반대로 의미부여를 하는 사람들은 '지금 내가 가는 삶의 길이 맞아, 틀릴 수도 있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어'라는 식의 자기 확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의 사람이 단순하지 않은데, 이렇게 간단한 수식으로 나타내는 게 어떻게 보일 지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복잡한 삶이라도 한번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좋을 때가 많더군요. 여러분들은 각각의 항목에 무얼 채워넣으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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