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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시즌2] “잠에서 깨는 시간만이라도 일정하게”
작성자 : 사무국  |  2017-02-21 12:14:04

[명의 시즌2] “잠에서 깨는 시간만이라도 일정하게”

안용민 교수가 알려주는 우울증 예방법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7.02.19(일) 16:56:07 | 1426호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누구

 

198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93년과 1999년 같은 대학에서 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서울대병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07년 미국 스탠퍼드대학병원에서 교환교수로 근무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학술위원,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이사, 대한조현병학회 이사, 대한생물정신의학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감기처럼 누구나 흔히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의미다. 평생 성인 10명 중 1명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우울증이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70~90%가 완치된다. 그러나 감기를 방치하면 폐렴으로 이어지듯이, 우울증도 치료하지 않으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울증 환자의 10%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자살한 사람의 3분의 1은 우울증을 앓았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유병률은 당뇨를 앞질러 고혈압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최근 5년 동안 약 10만 명 증가했고 지난해 60만 명 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다. 예컨대 30여 명의 대통령 자문의 가운데 정신과 의사는 없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계몽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울증 전문가인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생면부지의 의사에게 자신의 과거를 시시콜콜 드러내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전문가와 상담하면 우울증 치료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시사저널 최준필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시사저널 최준필


우울증 예방을 위해 가장 권하는 생활습관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다. 규칙적인 생활 중에서도 수면을 강조한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수면과 관련 있다.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많이 자기도 한다. 수면과 기분에는 각각의 사이클이 있는데 수면에 변화가 생기면 기분의 사이클도 깨진다. 기분의 사이클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깰 필요가 있다. 직장생활 등으로 자는 시간이 불규칙하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이라도 일정해야 한다. 규칙적인 신체 리듬은 우울증 예방에 필수항목이기에 그렇다. 또 운동이 우울증 예방과 재발 방지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임상시험과 동물실험에서 이미 규명됐다. 스트레스나 분노를 운동으로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증상이 생길 때 우울증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가.

 

우울한 기분이 종일, 2주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본다. 또 우울증 자가진단 9가지 항목 가운데 5가지 이상에 해당할 때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표 참고). 우울한 기분이 2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평소 해 오던 일이 갑자기 힘들게 느껴지고 잘 안 될 때, 즉 기능 저하 상태일 때는 의사를 찾아야 한다. 업무 수행이 어려울 만큼 기억력이 떨어졌을 때, 사람 만나기가 꺼려질 때, 주부인 경우는 집안일을 하지 않고 방치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울감이 2주일 이상 지속되지는 않지만 며칠 간격으로 반복될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도 우울증으로 발전할까.

 

짧게 며칠씩 반복되는 우울감은 우울증 진단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우울해지면 슬럼프라고 생각하지 않나.

 

물론 단순 슬럼프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 슬럼프라도 2주일 이상 계속되면 치료받는 게 이롭다. 예를 들어 부모나 배우자가 사망하면 누구나 우울하고 슬럼프에 빠진다. 과거에는 그 슬럼프가 4주일까지 이어지는 것은 정상으로 봤지만, 지금은 2주일만 지속돼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본다. 가족의 사망과 같이 명확한 요인이 있더라도 우울한 기분이 2주일 이상 이어지면 치료 대상이라는 말이다. 우울한 기분은 들지만 공부나 일을 평소처럼 잘할 수 있다면 우울증과 상관없다.

 

 

가족 중에 우울증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가족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우울증이 의심되는 사람이 가족 중에 있다면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하는 게 최우선으로 할 일이다. 이러쿵저러쿵 말을 해 주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 특별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힘든 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 방법을 얘기하게 된다. 처음부터 병원에 가자는 식으로 대하면 우울증 환자는 거부감부터 느끼므로 문제가 커진다.

 

 

실제로는 우울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어떤 특징이 있나.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을 가면 우울증이라고 한다. 이는 청소년과 노인에게 주로 나타난다. 청소년은 우울감을 느끼기보다는 짜증과 화를 낸다. 물건을 부수고, 가출하고, 담배를 피우고, 비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정서 통제가 되지 않아 우울증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노인은 우울한 느낌보다는 신체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쉬기가 곤란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청소년의 그런 행동은 사춘기 때문이라고 여길 수 있지 않나.

 

평소 성격이 좋은 아이가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음에도 그런 증상을 보이면 우울증인지 애매하다. 또 본래 비행청소년인데 우울증으로 그런 행동을 보여도 평소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아 감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병원의 전문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또 청소년이 2주일 이상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 경우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부모가 무작정 아이에게 병원에 가자고 하면 거부할 수 있으므로 먼저 상담만 받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다. 요점은 보호자가 성급하게 우울증이나 사춘기 때문이라고 결정 내릴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상담해 보라는 말이다.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이 따로 있나.

 

우울증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우선 생물학적 요인은 타고난 것, 즉 유전을 말한다. 부모가 우울증이 있으면 자식은 일반인보다 우울증 위험이 2~3배 높다. 이 위험성은 가족 중에 우울증 환자가 여러 명일수록 커진다. 내성적이고 수동적인 성격은 외향적이고 활달한 성격보다 우울증에 취약하다. 그다음은 사회·환경적 요인인데 대표적인 게 어릴 적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다. 예를 들어 아동기에 신체적 학대를 당했거나 부모 관계가 안정적이지 않거나 청소년기에 왕따를 당했거나 대인관계에서 실망감을 느꼈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계절에 따라 우울증에 기복이 생기나.

 

계절성 우울증이라는 말이 따로 있다. 보통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우울증은 증가한다. 사람에게는 연간 생체리듬이 있는데 이것은 계절 변화에 따라 바뀐다. 봄이 되면 왠지 기분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지 않나. 이런 변화가 우울증 환자에게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봄이나 겨울 등 특정 시기에 우울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아주 심하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계절성 우울증을 10년 이상 앓고 있는 한 학교 선생님은 우울증이 심해지는 특정 시기에는 휴가를 내고 치료받는다. 자신뿐만 아니라 학생과 주변 사람도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울증 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가.

 

우울증 환자 중에는 다른 질환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있다. 예컨대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우울증이 올 수 있다. 이런 경우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울증은 호전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울증이 의심되는 환자는 다른 질환이 없는지도 검사받는다. 또 대학병원에 환자가 오면 다른 병원에서 적절한 약물로 치료받았는지도 확인한다. 보통 항우울제를 처방받고도 우울증이 낫지 않는 경우가 있다. 2가지 이상의 항우울제로 4~6주일 동안 치료해도 호전되지 않는 것이 난치성 우울증이다. 난치성 우울증은 전체 우울증의 25% 정도 된다. 이런 경우는 항우울제 외에도 기분 조절제를 같이 사용한다. 그래도 안 되면 행동치료나 전기충격요법 등을 동원한다.

 

 

약물치료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항우울제에 환자의 50%가 반응한다. 첫 번째 약에 반응 없는 사람에게 다른 항우울제를 쓰면 환자의 20%에서 반응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70%는 약물로 치료된다고 볼 수 있다. 초기라면 치료가 잘되고 만성이나 재발한 우울증이라면 약물만으로 치료가 쉽지 않다.

 

 

우울증을 완치할 수 있나.

 

우울증 요인이 복합적이어서 한마디로 답하기 어렵다. 단순히 한 차례 앓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재발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사례들을 종합하면 우울증은 완치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가 정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행이나 운동 등 자신의 의지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가능한가.

 

우울한 기분이 드는 정도라면 수다, 여행, 취미, 운동, 술 등 개인의 취향대로 풀 수 있다. 우울증 초기도 개인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우울증이 조금 심해지면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전문가의 치료를 받으면서 보조적으로 개인적 노력을 하는 게 맞다.

 

© 뉴스뱅크이미지

© 뉴스뱅크이미지


우울증의 합병증으로 치매가 올 수 있다는 게 의학적으로 밝혀졌나.

 

청소년의 우울증이 치매로 진행하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노인 우울증은 조금 다르다. 노인 우울증은 일반인보다 치매로 갈 가능성이 2~3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우울증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치매가 진행되기 시작한 사람이다. 따라서 치매를 알리는 위험신호가 우울증일 수 있다. 젊은 시절 우울증이 없었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우울 증세를 보인다면 혹시 치매가 아닌지 의심하고 병원에서 기억력 테스트 등 관련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전쟁 때 자살하는 사람 수가 적다고 한다. 과거보다 육체적으로 편해지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고 우울증이 감소하지는 않는다. 정신적 노동이 늘어나는 시기일수록 우울증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자살자 수도 늘어난다. 현대의 인간관계는 온라인 사회관계망(SNS)으로 복잡해졌지만 정작 감정을 교류할 기회는 과거보다 줄었다. 진정한 인간관계가 줄면서 개인적으로 외로운 세상인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환경이 계속될 것이므로 우울증도 증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신질환자라는 낙인 때문에 정신과를 찾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과거 우리는 우울한 기분이 들어도 우울증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삶이 편해지면서 힘든 것을 힘들다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우울증 진단도 증가한 것으로 생각한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스티그마(부정적 낙인)만 없다면 우울증 진료를 받는 사람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전체 우울증 환자 가운데 치료받는 사람은 4분의 1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4분의 3은 혼자 괴로워하거나 극복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개인의 의료 정보는 법에 따라 보호받는다. 병원이나 의사가 특정인의 진료 기록을 공개하면 처벌받는다.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이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정신병 환자라는 낙인이 걱정돼서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에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 동반되는 조울증은 치료가 어려운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평생 10%라면 조울증은 1~2%다. 가능성은 적지만 조울증은 우울증과 구별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환자는 기분이 좋을 때 병원을 찾지 않고 기분이 떨어졌을 때 병원을 찾으니 모두 우울증처럼 보인다. 병원에서 우울증과 조울증을 구분해야 한다. 치료 방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조울증에 항우울제를 처방하면 오히려 기분 변동이 심해지고 치료 효과도 좋지 않다. 특히 난치성 우울증의 일부는 조울증일 가능성이 있다. 우울증 치료가 잘 안 되면 조울증 가능성을 보고 검사한다. 조울증일 때는 항우울제를 빼고 기분 조절제를 쓰면 좋아진다.

 

 

언제 조울증을 의심해야 하나.

 

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예민함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일할 때 능력이 오르지만, 우울한 기분이 들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그래서 조울증은 주변 사람들과 다투거나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기분 변화가 심해서 직장생활 적응도 어렵다. 또 우울증은 나이가 들면 잘 발생하지만 조울증은 주로 20대에 생긴다. 20대이면서 주변 사람과 잘 싸우거나 기분 기복이 심하다면 조울증일 가능성이 있다. 

 

 

감기약 먹듯이 우울증은 약으로 치료

 

 

© 시사저널 자료

© 시사저널 자료

여고생인 김아무개양(17)은 우울한 기분을 떨치기 어려워 부모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중학교 친구들과 헤어지게 됐다.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점점 우울감을 느꼈다. 학업 성적은 우수한 편이었지만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업시간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방과 후에도 별다른 활동 없이 누워 있는 일이 잦았다. 검사 결과, 이 학생은 우울증으로 진단됐다. 의사 처방을 받은 항우울제를 6개월간 복용한 후 예전처럼 수업 집중력이 돌아왔고 새로운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해졌다.

 

자영업을 하는 조아무개씨(65)는 자살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혹시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했다. 약 1년 전 퇴직한 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기력, 식욕저하, 수면 장애가 발생했다. 사소한 일에도 불안해지고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졌다. 이런 증세가 깊어지면서 죽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몇 개월간 항우울제를 복용한 후 우울감은 사라졌다. 의사의 권고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실천했다. 집 주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퇴직 후 새로운 인생의 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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